
경기호연뉴스 민선기 기자 | 청주시립미술관은 오는 11일부터 2026년 3월 8일까지 대청호미술관 전관에서 기획전 ‘플라스틱 다큐멘터리’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플라스틱을 매개로 동시대 소비문화와 환경문제를 탐구하며, 일상 속 재료의 예술적·생태적 의미를 재조명한다.
전시에는 전창환, 한석현, 이병찬 세 명의 작가가 참여해 플라스틱의 두 얼굴 ― 편리함과 불편함, 풍요와 파괴 ― 사이에서 인간과 환경의 관계를 성찰한다.
플라스틱 다큐멘터리는 ‘영원히 남는 물질’, 즉 플라스틱이 던지는 역설적 질문에서 출발한다. 사라지지 않는 편리함의 그림자 속에서 예술가들은 ‘플라스틱 이후의 시대’를 어떤 시선으로 기록할 수 있을까. 이번 전시는 난분해성 물질이 남긴 흔적을 통해 예술가로서의 태도와 역할을 성찰하며, 동시대의 환경 현실을 시각적으로 기록하는 하나의 ‘다큐멘터리’로 제시된다.
전시는 △INTRO: 플라스틱 가든 △전창환: 희망중립 △한석현: 신선한 플라스틱 상추 △이병찬: 샤머니즘 비닐 크리처 총 네 가지 주제로 구성된다.
‘INTRO : 플라스틱 가든’은 관람객을 인공과 자연의 경계가 모호한 세계로 초대한다. 사계절의 질서와 무관하게 피어난 정원은 아름답지만, 곧 그것이 인조식물, 즉 ‘플라스틱 조화’임을 깨닫게 된다. 이 공간은 인공의 친숙함과 위화감이 교차하는 지점을 통해 우리가 이미 ‘플라스틱화된 자연’을 살아가고 있음을 암시한다.
‘전창환 : 희망중립’에서는 폐스티로폼으로 제작된 동물과 인간이 등장한다. 작가는 환경오염의 부산물이자 불멸의 물질인 스티로폼을 이용해 인간의 편의가 낳은 생태적 모순을 드러낸다. 인공물로 재탄생한 이 조각들은 ‘지속 가능성’의 이면을 상징하는 존재로, 인간이 만든 재료가 결국 생명체의 생존을 위협하는 역설적 장면을 시각화한다.
‘한석현 : 신선한 플라스틱 상추’는 빠른 소비와 과잉생산의 시대를 비판적으로 반추한다. 짧은 유통기한을 지닌 상추를 플라스틱으로 치환함으로써 시간의 흐름에 구애받지 않는 ‘영원히 신선한’ 상품을 만들어낸다. 영속적인 상추는 소비사회의 욕망이 만들어낸 허구적 신선함을 풍자하며, 관람자는 그 앞에서 스스로의 소비 습관과 욕망을 되돌아보게 된다.
‘이병찬 : 샤머니즘 비닐 크리처’는 일상에서 가장 흔한 포장재인 비닐봉투를 현대사회의 최소 소비 단위로 바라본다. 작가는 이 재료를 이용해 생명체 같지만 어딘가 불안정한 크리처(Creature)를 만든다. 다채로운 색과 질감이 얽혀 만들어진 이 존재들은 과잉 소비의 흔적이 응축된 현대 문명의 초상으로, 인간이 욕망으로 빚어낸 새로운 신체, 일종의 ‘현대 샤머니즘적 존재’를 상징한다.
박원규 청주시립미술관장은 “플라스틱은 우리 삶을 풍요롭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미래 세대에 불편함을 남기는 양면성을 지닌 물질”이라며 “이번 전시는 플라스틱의 편리함 뒤에 감춰진 환경문제를 예술의 언어로 드러내며, 관람객이 지속 가능한 삶에 대해 다시 한번 사유해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개막식은 11일 오후 4시에 열리며, 개막식 당일에는 문의문화유산단지 무료입장이 가능하다. 개막식 이후에는 참여 작가 3인과 함께하는 전시 연계 프로그램 ‘작가와의 대화’가 진행될 예정이다. 프로그램은 별도의 참가비나 예약 없이 현장 참여가 가능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