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호연뉴스 민선기 기자 | 잊혀져 가던 제천의 담배 산업이 무형유산으로 새롭게 조명된다. 국가유산청 공모사업을 통해 지난 2년간 연구해 온 ‘제천 엽연초재배와 건조기술’의 성과가 오는 10월 1일부터 열리는 기획전을 통해 공개된다.
담파고(談波枯)·담파괴(痰破傀)·남령초(南靈草)·연차(烟茶)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 담배는 조선 광해군 때인 1610년대 일본을 통해 들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멜표류기』에는 “조선 사람들은 담배를 좋아한다. 아이들도 4~5세가 되면 담배를 피운다. 남녀노소 피우지 않는 사람이 없다”고 기록되어 있어, 당시 담배의 폭넓은 인기를 짐작할 수 있다.
제천은 18~19세기 최대 담배 생산지인 영월과 인접하고 있어 일찍부터 담배 농사를 시작했다. 영월과 가까운 송학면과 봉양면에서 영월엽을 재배한 것을 시작으로, 청풍면·수산면·덕산면 등지로 재배지가 점차 넓어졌다. 그리고 제천에서 생산된 각연초(刻煙草)는 제천과 주변 지역으로 판매됐다.
1910년 담배 수요가 크게 증가하자 조선총독부는 담배의 생산을 늘리고 품질을 높이기 위한 정책을 펼쳤다. 미국 버지니아 주에서 황색종 담배 종자를 수입하고, 충주를 생산지로 선정해다. 그리고 1921년 조선연초전매령을 시행하면서 담배 농사·제조·수익을 통제하며 수탈을 계속했다.
오랫동안 영월엽을 재배한 제천은 1921년부터 백운면·청풍면·한수면에서 황색종을 시범 재배했다. 광복 후 담배가 주요 수출 품목이 되면서 제천의 담배농가는 황색종으로 바꾸어 농사를 지었다. 1970년대 담배 수출이 전성기를 맞이하면서 제천지역의 담배 재배지도 크게 증가했다. 1977년 제천지역 담배 재배지의 면적은 2,230ha가 됐고 전국 생산량의 3.5%를 차지했다. 담배건조장이 없는 마을이 없을 정도로 담배는 제천의 주요 수입원이었다. 그러나 1985년 충주댐 완공 후 담배 재배지가 수몰되고 외국 담배가 수입되면서 담배 농업은 점차 줄어들게 된다.
제천의 엽연초 재배와 건조기술은 이제 사라져가는 산업의 흔적이 아니라, 보전하고 전승해야 할 소중한 무형유산으로 새롭게 자리매김하고 있다. 국가유산청 공모사업 ‘미래무형유산발굴육성사업’의 일환으로 2023년부터 추진된 '제천 엽연초재배와 건조기술' 발굴·육성 사업은 지역 엽연초 재배 농가와 황토건조장, 제천엽연초협동조합원들의 이야기를 기록으로 담아내며 지난 2년간 다양한 보고서, 영상, 자료를 만들어 왔다.
오는 10월 1일부터 17일까지 국가등록문화유산인 ‘제천엽연초수납취급소’에서 열리는 '제천 엽연초 전성시대: 산업에서 유산으로' 기획전은 이러한 연구 성과를 집약해 소개하는 자리다. 이번 전시는 제천의 산업을 이끌었으나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던 엽연초를 다시금 조명하며, 그 가치를 현재와 미래로 이어가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